4월의 물고기
권지예 저 | 자음과모음 | 2010.01.12
이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안개 자욱한 저수지의 모습과 함께
비릿한 생선냄새가 함께 떠오른다. 누구나 한번쯤은 운명적인 사랑을 꿈꿀것이다.
정확하게는 숙명적인 사랑이라는 말이 맞을듯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만나게 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그러나 서로 인연이지만 악연인 관계. 아마도 서인과 선우의 관계가 그럴것이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되던 날을, 그날을 혹시 정확하게 기억하시나요?"
.......사랑은 천천히 스며드는 가랑비가 아니었다. 그것은 어느 날 속수무책으로 닥친 교통사고 같은 것이다.
그러니 그날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지 않은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선우와 서인에게 사랑은 벼락같이 순식간에 다가오는 감정이다.
<4월의 물고기>는 운명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미스터리적인 요소들을 가미해 그 운명을 극적인 부분까지 치닫게 한다.
서인은 어린시절 집을 나간 어머니로 인한 말못 할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어린시절 쌍둥이 여동생과 프랑스로 입양보내져 순탄치 않은 유년시절을 보낸 아픈 과거를 가진 선우는 해리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렇듯 두 사람 모두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어린 시절의 아픔으로 인해 서로에게 끌렸을 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관계는 가끔씩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선우의 이상행동과 선우의 제자가 실종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변화를 맞게된다.
후배의 실종사건에 선우가 의심을 받게되고 서서히 선우의 과거가 밝혀진다. 그러나 속속히 드러나는 비밀에도 선우를 향한 서인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
사랑에는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무조건 믿기만 하는 것이 과연 사랑일까?
이성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맹목이기 때문이다.
살인과 강간, 더구나 근친을 용서해야하는 가는 사랑의 감정과는 별개의 문제다.
서인을 지키기 위한 선우의 마지막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이었는 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진정 서인을 지키고자 했다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어디까지 사랑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의 여지를 준다. 작가는 가장 극단적인 사랑의 형태를 통해 과연 어디까지 상대발을 사랑 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많은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다.
4월의 물고기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이책을 다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만우절날 어수룩한 아이들을 골려주는 놀이였다는것을.
끊임없이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서인은 그남자 선우를 정말 사랑한걸까?
선우는 자신이 죽을것을 알면서도 왜 서인의 주위를 맴돌아야 했을까?
다중인격이라는것이 정말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 모든 일들은 자신이 아닌
자신안에 존재하는 다른 인격이 한것이 맞는걸까?
서인은 꽤 이름있는 요가강사다.
웰빙이라는 이름을 타고 창간한 잡지의 인터뷰를 하러가서
서인은 선우를 만나게 된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낯설지않은 느낌에 끌려 두사람은 만남을 시작하고
만남이 시작되면서 서인은 이상한 메일을 받게 된다.
선우의 주변에서 이상한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되고
서인은 선우를 믿고 싶어하는 자신을 본다.
열일곱살 서인은 아기를 가졌었고 할머니의 손에 끌려 병원에 누웠었다.
그러나 그날의 기억은 봉인된채 서인을 아프게만 할 뿐이다.
이제 그날의 진실을 알아야겠다고 마음먹는 서인에게
할머니는 낚시대 하나를 전해주게 된다.
서인과 선우의 만남이 조작된것이라면,
열일곱 어느밤 몽유병처럼 서인은 잠결에 나갔었고 배안에서 혼자 발견되었다.
그리고 서인에게 일어난 변화, 할머니는 서인을 잡아끌었고
묻어버린 기억속에서 얼마전 낚시를 하던 선우의 낚시대를 유심히 살폈었다.
서인의 사고후 발견된 비슷한 낚시대를 가지고 있는 선우의 낚시대를.
여자들의 죽음이 연달아 발견된다.
서인이 선우의 방에서 본 검은 스타킹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선우의 곁에서 사라진 여자들의 죽음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서인은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로 하고 잠재된 의식속에서
그날밤 그남자 선우를 본다.
선우의 다른 이름 미카엘,
미카엘의 첫번째 살인은 안나였다.
이란성쌍둥이로 발견되어 프랑스로 같이 입양됐던 안나.
양아버지와의 관계에 충격받은 미카엘은 자신도 모르게 안나를 죽이게 되었고
양아버지는 안나의 시신을 호수에 던지게 했다.
그날 이후부터였을까?오랜만이다. 자연에 대한 단순한 직시와 멈춤에 대한 묘사를 만난 것이. 지극히 정적이면서 고요하지만, 잔잔한 수면 아래의 호수처럼 격정적인 이야기 그 위태로움의 빈틈을 엿보는 스릴까지 권지예의 소설은 4월도 물고기도 닮아있다.
주인공인 두 인물에게서 그런 느낌이 더욱 짙어진다. 나란한 피곤함을 거쳐 날카로운 긴장감이 골고루 퍼져 있는 것 같은 묘한 착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것 같다. 언제쯤 진부해질까 싶다가도 저만치 달아나버리는 관계들 그리고 숨겨진 퍼즐 조각 하나가 지속적인 궁금증을 요하는 것 같았다. 서로를 한 눈에 알아본 것 같은 두 사람은 우연과 우연이 겹치면서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몇 가지 위태로운 징조들이 -제자와 이메일- 등장하지만 그들은 행복한 우연에 손을 들어주고 만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결과 앞에서 오래도록 흔들린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인지,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열정은 그대로 사랑의 이름이 된다. 불안한 구속 자체가 의미가 되는 시간, 망설임과 불안이 오히려 불을 일렁이게 만드는 시간이 그들에게 찾아온다. 그래서 혼자일 때 더욱 더 불안하고 불안한 시간. 그런 그들 앞에 기억에도 흐릿한 과거가 점점 더 뚜렷하게 다가온다. 그런 아픔은 서로 보듬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자신 속에 또 다른 자신을 지니고 있는 사진작가 강서우와 봉인된 기억을 가진 진서인의 만남은 그렇게 운명이 된다.
전반부가 애틋한 멜로였다면, 후반부에는 미스테리한 진실들이 하나 둘 씩 얼굴을 내밀면서 스릴러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히려 한 부분에 더 치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내가 읽었던 작가의 글들과 또 다른 느낌이 들어서 단숨에 다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선과 악, 사랑과 미움, 진실과 거짓 모두는 언제나 짝을 이뤄서 다가온다. 마치 혼자서는 불안한 쌍둥이처럼. 마음 속 심연을 오래도록 들여다 봐야겠다. 단 그 심연에 홀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