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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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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대산세계문학총서 8]
나쓰메 소세키 저/유숙자 역 | 문학과지성사 | 2001.09.24 지금 일본의 1,000엔짜리 지폐에는 일본이 낳은 병리학자인 노구찌 히데요 박사가 그려져 있다. 그는 우리에게 [닥터 노구찌]라는 만화 주인공으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000엔 지폐의 도안은 일본의 ‘국민작가’인 나쓰메 소세키였다. 우리나라 지폐 도안에 그려진 인물들 모두가 근대 이전의 인물들인 것에 비해 나쓰메 소세키는 20세기, 그러니까 현대의 인물이다. 과거의 유명한 인물들을 제치고 어째서 현대의 인물이 한 국가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지폐의 도안 인물로 결정될 수 있었을까? 그건 아마도 나쓰메 소세키가 작품을 통해 메이지 유신 이후라는 격동기를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고뇌와 절박한 심정을 제대로 짚어 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에는 흔히 ‘에고이즘’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가끔 에고이즘(Egoism)을 이기주의나 자기중심주의라고 번역하면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동’으로 이해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내가 아는 에고이즘은 (최소한 철학이나 윤리학 영역에서는) 이윤 동기가 모든 가치판단의 척도라고 생각하는 시장만능주의적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에피쿠로스 학파에서 주로 이야기되던 쾌락주의와 더 통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영혼의 평화라는 자기 자신만의 쾌락 추구 목적에 도덕적 행위가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가치판단의 척도로 보는 철학적 전통 위에 서 있는 입장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책은 주로 ‘에고(Ego)’, 즉, 자아에 충실하고 자아에 천착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미주의적 삶의 태도를 견지하는 [그 후]의 다이스케, 아집으로 변화해 버린 지나친 순수함에 번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마음] 등이 그 예이다. 물론 이들의 삶이 과연 바람직한가는 또다른 가치판단의 문제이다. 좀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이들은 자아에 충실하다 못해 완전히 자아라는 늪(?) 속에 빠져서 외부와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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