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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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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계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문학동네) 25]
시마자키 도손 저/노영희 역 | 문학동네 | 2010.03.15
시마자키 도손은 이러한 청년다운 고뇌와 번민을 거추장스러운 수식을 걷어낸 솔직하고 가감 없는 문체로 표현했다. 거창한 사상과 주제의식을 설파하는 대신 나약하고 의지박약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기 위해 버거운 현실에 맞서려 하는 주인공의 행동은 당시 젊은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또한 평생 동안 자신을 지배해온 아버지의 계율을 깨뜨리고 ‘이념의 아버지’인 이노코 렌타로의 사상에 동화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밝히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봉건적인 가족제도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이념의 세계로 나아가는, 진정한 자아해방을 그려낸 작품이기도 하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을 통해 신분제를 타파하고 ‘신평민’이라는 이름으로 천민계급을 흡수했다. 신분제가 철폐되고 제도적으로 평등한 세상이 도래했을지언정 사람들 인식 속에 그들은 여전히 천민일 뿐이었다. 시마자키 도손의 <파계>는 이런 혼란한 시대를 살아가는 나약한 인간 군상을 다루고 있다.
한 아버지가 있었다. 그는 아내와 사별하고 깊은 산골 목장에 숨어살면서 아들을 위해 한 평생 바친 사람이었다. 그는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도시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 우시마쓰에게 사력을 다해 백정의 신분을 숨기고 살라고 한다. ‘숨겨라!’, 그것은 일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강력한 원칙이었다.
메이지유신으로 ‘신평민’으로 신분이 해방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백정이었다. 여관에서도, 거리에서도, 학교에서도, 공직에서도 백정의 신분이 드러나면 고개를 조아려야하고, 쫓겨나고, 돌팔매질을 당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소금이 뿌려졌다. 마을 곳곳에서 벌어지는 그런 사태를 목격할 때마다 우시마쓰는 자신도 그런 신세가 될까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묵고 있던 하숙집에서 백정임이 밝혀진 투숙객이 쫓겨나자 그는 곧바로 거처를 옮기는 등 민감한 반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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