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질환 대부부분이 더러운 공기에서 나오고 우리나라 의료비 1/3이 실내 오염 때문에 생긴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바깥 공기가 해롭다는 건 알고 있지만 실내공기도 그럴 수 있다는 걸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실내 공기 오염 수치가 바깥보다 두 배, 심지어 백배를 넘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주로 실내에 있다는 걸 말하기 때문에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 방구석에 틀어 박혀 있을 게 아니라 버스를 타고 지나가버린 늦가을 정취를 다시 맡아보는 게 어떨까요? 사실 저는 글을 쓰다가 잘 안 풀리거나 머리가 지끈거릴 때마다 버스에 오릅니다. 비싼 외제차에서도 이 고상한 취미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버스 차창을 열어봤자 먼지가 잔뜩 들어오는 마당에 속 편한 소리한다고 하실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낙엽이 쌓인 거리, 오고 가는 사람들, 푸른 하늘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요? 밤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았습니다. 보통 십 원짜리 크기로 보였던 달이 그날만큼은 오백 원이었습니다. 그 때 버스를 타지 않았어도 그렇게 큰 달을 볼 수 있었을까요? 거리를 걸을 때마다 코를 찌르던 은행 냄새도 버스에서는 그윽하기만 합니다. 어두컴컴한 (지하) 터널을 지나가는 전철에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모르는 길을 처음 갈 때 버스를 타면 저도 모르게 조금 마음을 놓습니다. 인터넷보다 버스를 타고 갈 때 더 빠르고 안전한 길을 찾을 수 있고, 그 동네 지리에 밝은 기사님들께서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시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버스가 없었다면 밤에 돌아다니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버스가 있었기에 아름다운 밤거리를 볼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리고 이렇게 좋은 구양수(중국 송나라에서 이름을 날린 문인 역주) 베개를 어디서 다시 구할 수 없을 겁니다. 물 먹은 솜처럼 피곤한 날에는 자리에 앉기만 해도 오리털 베개에 누울 때처럼 잠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막막해 하다 버스에 탈 때, 구양수가 베었던 베개에서처럼 기가 막힌 생각들이 깨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머리를 좋게 하는 구양수 베개가 깊이 잠들 수 없게 하듯이 덜컹덜컹 달리는 버스 속에서 뭐 하나 진득이 앉아서 할 수 없어서 그랬던 걸까요? 저는 한 가지에 푹 빠져서 그대로 파고드는 편이라, 햇살이 따사로이 비치는 버스 안에서만큼은 머리를 식힐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버스에서 사물에 대한 눈을 새롭게 뜰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버스가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서 영감을 얻어갑니다. ‘해리포터’도 런던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태어났다고 하는군요. 언젠가 우리나라 버스에서도 이 세상을 울린 걸작이 나오지 않을까요? 구로나야기 테츠코 작품 <창가의 토토>에서는 전철을 개조해서 만든 학교가 나옵니다. 남보다 더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사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과 아이들에 대한 이 이야기가 우리나라 버스에서 피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교통 정체로 한 시간 넘게 버스에 앉아 있어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내릴 때 허리가 아파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는데 버스 운전기사님들은 새벽부터 하루 종일 버스를 모는데도, 늘 밝게 웃어주십니다. 어렸을 때는 버스 운전기사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았을 만큼 버스가 우리 곁에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그냥 지나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책에서 많은 건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괜찮은 게 생각났어도 그게 내 머리에서 나온 건지, 다른 사람 건지 찜찜해서 속을 끓이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버스에서 들꽃같이 강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모습들을 어떻게 해야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요? 아직도 붓을 손에서 놓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요? 전철 유리문에서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 보낸 아름다운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버스는 전철보다 작아서 그렇게 했다가는 버스가 온통 종이로 뒤덮였을까요? 올 가을에 다 펼쳐 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버스를 타고 느긋이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요?
무더운 여름 더위가 잠시 쉬었나 싶었더니 어느새 첫눈이 내렸습니다. 가을은 여름과 겨울 사이를 이어준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걸까요? 말없이 내려주고 사라지던 버스처럼 어느새 가을이 머물던 자리에 하얀 눈이 가만가만 쌓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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